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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 먹은 백수입니다..

 

20대 중반 지잡대 중퇴후 도박에 손을 댔습니다. 2년 넘게 개막장 생활 끝에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 어렵게 도박 끊고

 

친한 형과 동업 시작. 1년만에 폭망.. 빚만 3천 가까이 지고.. 나이는 이미 20대 후반에 무스펙.  앞날이 깜깜하고 인생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야간에 고시원 총무 보고 오전에 이런 저런 알바 하면서  2년 정도만에 겨우겨우 빚 청산.. 

 

창문없는 캄캄한 고시원 방에서 조그만 티비로 2016년 새해 카운트 다운 하는걸 보며 나이는 이제 계란 한판이 되었고, 빚을 다 갚는 날 눈물이 그렇게 나더군요.  지나온 인생이 너무나 후회가 되고.. 한심해서.

 

빚 청산의 후련함도 잠시. 얼마 안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었던 엄마가 간경화로 돌아가셨고.. 동시에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3년 넘게 만난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 안좋은 일이 한꺼번에 몰아치니까 정신적으로 완전 번아웃. 퓨즈가 나가더군요

 

계속해서 지나온 날에 대한 후회로 매일 매일을 시체처럼 지냈고, 그렇게 살고 싶어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숨막히게 슬프고 괴로웠고..

 

매일 잠들기 전 멍하게 고시원 방 낮은 천장을 보면서, 눈을 감으면 그냥 이대로 영원히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잠에 들었고..

 

그렇게 1년을 우울증에 시달리며 폐인처럼 지내다 겨우겨우 맨정신에 가깝게 회복이 되었지만.. 3년전 사업 망하고 멘붕 왔을때처럼 또다시 캄캄한 앞날이 저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렇지만 계속 이렇게 폐인처럼 지낼수가 없었기에 일단 뭐라도 시작하자 생각했지만, 고졸에 무스펙에 나이는 31살이나 처먹은 놈이 할 수 있는건 많이 없더군요. 알바를 구하려고 해도 번번히 퇴짜맞고. 취업은 당연히 무리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고졸에 무스펙이 딸수있는 자격증을 찾다가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두달 반동안 이미 돌이 되어버린 머리로 고딩때 손 놨던 공부란걸 매일 도서관에 살면서 정말 열심히 했고,  지난 10월 말에 치른 시험에서 겨우겨우 1차 합격을 했네요.

 

그리고 현재는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은 지긋지긋한 동굴같은 고시원에서 나와  아버지와 동생과 같이 살고 있고.. 뭐 여전히 앞날은 캄캄하고 습관처럼 과거를 후회하고, 문득문득 우울감이 덮칠때도 있고, 통장 잔고는 20만원인 막장 인생이지만..  그래도 죽고싶다는 생각은 안하게 되었네요

 

1년간 폐인처럼 지내면서 거지가 되어서 독서실 알바를 하든 주말 알바를 하든 밥벌이는 하면서 공부 해야겠다는 생각에 매일 알바천국 기웃거리는.. 31살에 고졸에 무스펙에 막장 인생이지만.. 그래도 오늘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주 인상깊게 들었던 신해철님의 마지막 강연때 했던 말이 있는데..

'우리 인생의 목적은 태어나는 것이었고 우리는 그 목적을 다 했기 때문에 남은 인생은 보너스 게임입니다.'

 

저보다 훨씬 힘든 상황에 처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도 분명 많이 계실테지만.. 그렇지만 모두 힘내서 살아갔으면 좋겠네요.

우리에게 주어진 보너스 게임을 즐기면서..

?
  • ?
    ... 2023.10.01 23:56

    38살에 솔로 독거노인인 내가 더 막장

  • ?
    2023.10.02 00:45
    많이 노력하셨네요. 빚갚는 거 쉬운 일 아닌데 2년만에 갚으셨네요. 앞으로 좋은 일 있을 거예요. 힘내세요.
  • ?
    버스기사 2023.10.03 21:36

    나이가 좀 많은 41살 독거 아재입니다.
    16년 다닌 회사 단칼에 5월달에 짤려서 지금은 버스기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생 컴퓨터랑 프로그램만 만지작 거리던 놈이 버스기사 한다고 하니
    죄다 주변에서 말리더라구요.
    할 수 있겠냐고..


    저도 처음에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저에게 반문을 했었지만
    그냥 무작정 아무것도 안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기 싫어서 스스로에게
    계속 채찍질 하면서 지금은 마을버스도 아닌 대형버스를 몰고 있습니다.
    어제부로 처음 다닌 버스회사 사표내고 지금 급여가 좀 더 쎈 곳으로
    이직 준비 중 입니다.


    아마 살아갈 때 가장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드는건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일 겁니다.
    그냥 하세요.


    할 수 없더라도 그냥 하다가 포기하게 되더라도 일단 뭐든 하세요.
    하다못해서 박스라도 고물이라도 주워서 팔아보세요.
    쪽팔리면 밤에 새벽에 몰래하시던지요.
    아니면 저처럼 버스기사라도 해보세요.


    버스기사 별거 아닌 거 같은 직업이지만 굉장히 책임감도 강하게 가지고 해야하고
    많은 승객들의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하는 운전직이라서 더욱 스스로에게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하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한 번 발 들이고 인사사고만 없이 1년 경력만 채우면 서울 빼고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
    어셔옵셔라고 합니다.
    급여도 초봉 최소한 250입니다.
    1년 지나면 300 이상이고 무사고로 3-4년 하시고 서울 시내버스 이력서 내보세요.
    한 방에 연봉 5천입니다.
    아이들 학자금 다 나오고 정년까지 할 수 있습니다.
    정년 끝나고요, 촉탁직으로 다시 마을버스 몰면서 한 달에 월급 200 가까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번 도전해보세요.

  • ?
    알바맨 2023.10.11 12:48
    어렸을적 교통사고 당한 트라우마 떄문에 운송, 운전직은 아무래도 제게 무리네요.

    조언은 감사합니다~.
  • ?
    공장장 2023.10.04 02:37

    구미 가면 일자리 많다.

    일 하면된다.

    니보다 더 한 삶도 차고 넘친다

  • ?
    알바맨 2023.10.11 12:47
    공장일은 별로 하고싶지가 않습니다.. 반복적인 작업, 반복적인 생활의 머리가 굳는 느낌이에요...
  • ?
    공장장 2023.10.11 19:31

    이거따지고, 저거따지고 아직 정신 덜 차렸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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